"'필요한 존재' 확신 심어줘야 어떤 소명도 감당"
기독교인 남성 많이 약해졌다 교회내에서의 이해 부족이 원인 담임목사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이민 생활 가운데 무거운 압박감 소그룹 모임의 활성화부터 시작 "한인 이민 교회들은 크리스천 남성상을 세워야 합니다." 이병일 목사(70)가 논문 한 권을 들고 인터뷰를 위해 기자를 만났다. 그는 교회 내에서 '남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되물었다. "왜 남자가 중요합니까." 이 목사는 "기독교인 남성들이 많이 약해졌다. 교회내에서 남성의 역할, 소명, 이해 등이 부족하다"며 "특히 이민사회에서는 한인 남성의 특징과 성경적 남성상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들이 삶과 교회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풀러신학교 선교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최근 '한국인 교회의 남성사역의 필수성과 한국형 남성 사역의 새로운 방향 설정에 대한 연구'라는 주제로 논문을 작성했다. 이 목사는 반전의 인생을 걸었다. 90년대 초반까지 연매출 1500만 달러를 올리던 '이병일 피아노'의 대표였다. 한인 이민 1세대 사이에서는 유명 인물이다. 지금은 목회를 병행하며 공장 건물 매매전문 부동산 업체인 노스아메리카 프로퍼티에서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다. 그가 '남자'를 외치는 이유를 들어봤다. -왜 남성 사역이 중요한가. "ROTC를 마친 후였다. 45년 전에 이민을 와서 사업가로 살았다. 예수를 만난 뒤 세상 속에 방황하는 남성들과 교회 안에 있어도 예수와 깊은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는 남성을 많이 봤다. 미국 교계는 남성 사역의 활성화가 여러 시스템을 통해 다방면으로 이루어지는데 한인 교회는 남성 사역에 대해 다소 생소해 한다." -왜 생소한가. "일단 남성 사역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최적화된 한인 남성 사역의 모델도 없다. 한국 및 한인 교회가 남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렇다." -그동안 남성은 어떻게 살아왔나. "'유교적 가부장제'의 영향권에 있었다. 그러다가 급격한 산업화 가운데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진출이 진행됐고 가부장적 위치를 지키려는 남성들의 노력이 사회적 갈등으로 나타났다. 남자들은 무거운 책임감도 갖게 됐다. 이는 경제 부흥과 함께 남성이 가정을 등한시하고 직장과 일에 몰두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아버지의 부재 속에 자라난 남성들은 경제 활동을 통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으로 임무를 다 한다는 사상이 고착됐다." -지금은 어떤가. "경제활동과 사회적 활동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며 페미니즘의 큰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지만, 그럴수록 하나님이 남성에게 주신 강인하고, 용감하고, 정의롭고, 희생적이어야 하는 고유한 남성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교회 내 남성의 모습은. "처음에는 대부분 남성이 교회에서 리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남성은 교회 안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존재, 목사에게 비협조적인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남자들의 적극적인 사역 없이도 교회가 운영된다고 생각한다. 실제 평신도 사역 현장을 보면 여성의 비중이 크다. 남성들은 그들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게 됐다. 이는 남성이 미약해지고 교회를 가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교회와 사회에서 괴리는. "기독교인은 남성은 일하면서 예배하는 존재여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남성들은 주일은 교회에서, 평일은 직장에서 두 가지의 다른 삶을 산다. 예수의 가르침이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으로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됐나. "한국인의 정서는 '일'에 대해 귀하고 천한 개념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 가운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개인이 지닌 사회적 위치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정체성을 갖게 됐다. 그러나 하나님 안에서는 그런 정서를 뛰어 넘을 수 있다." -뛰어 넘기 위해서는. "남자는 자신이 절실히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면 엔진이 작동하게 된다. 크리스천 남성들이 소명을 알기 위해 먼저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해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어떤 소명도 기쁘게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이민사회 내 남성은 어떤가. "이민 생활 가운데 무거운 압박감이 있다. 정체성의 문제를 겪는 자녀와 갈등도 있다. 사회 생활 속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면 남성이라는 존재성을 가정 내에서 나타내려는 잘못된 시도도 한다. 이것이 심지어 교회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단지 교회를 출석하는 것이 아닌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남성들의 소그룹 모임이 필요하다." -어떤 사역 모델이 필요한가. "담임목사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 같은 남자 아닌가. 그리고 실천 가능한 4단계가 필요하다. 의미 있는 만남을 준비하고, 남성에게 초점을 맞추기 위해 손을 뻗고, 예수를 소개하고,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실천할 수 있나. "남성을 좀 더 착하고 성실하게 만들자는 게 아니다. 그들의 삶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바꾸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예수도 12명의 제자와 소그룹 사역에 집중했다. 나 역시 지난 수년간 남성을 중심으로 한 '열린 마음 남성 사역'의 이름으로 소그룹 모임을 주도해왔다. 남성이 소그룹을 통해 회복되려면 철저하게 솔직해져야 한다. 모든 나눔은 성경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부터 중요하다. 모든 것은 남성 소그룹으로부터 시작되고, 복음을 통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강의 문의:(213) 435-6009 ☞이병일 목사는 1951년 생이다. 성균관대학을 졸업한 뒤 ROTC(11기)로 군생활을 마쳤다. 미국에는 1976년도에 왔다. '이병일 피아노'를 설립(1982년), 사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이후 사업 실패 후 거듭난 신앙인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 목사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교만했고 방만하다가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했다. 이후 미주장로회신학대학에서 목회학을 수료했다. LA카운티교도소에서 채플린 사역, 두란노아버지학교 LA지부 지도 목사, 남가주 ROTC 기독연합회 지도 목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오픈허트멘스미니스트리(Openherat Men's Ministry)'를 담당하고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